| 최초 작성일 : 2026-01-30 | 수정일 : 2026-01-30 | 조회수 : 1035 |

핵심 요약
한디디 작가의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간과되었던 '커먼즈'의 본질을 관계와 활동으로 재정의하며, 우리 삶의 주권을 되찾을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시합니다. 역사적 해체 과정과 한국의 구체적 커먼즈 운동 사례를 통해, '각자도생'을 넘어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서평] 《커먼즈란 무엇인가》(한디디 지음, 빨간소금) - 자본주의라는 ‘4초’의 벽을 넘어, 우리 삶의 주권을 탈환하기
자본주의가 당연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나'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인문지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아시아 도시 운동 현장에서 커먼즈를 연구해 온 한디디 작가가 쓴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커먼즈 입문서'입니다. 불안정 노동자, 현장 연구자, 무산자, 커머너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 저자는, 박사 논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학술적 딱딱함을 덜어내고 독자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며 커먼즈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합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라는 좁은 틀에 갇혀버린 우리에게, 잃어버린 인류의 공통된 삶의 방식, 즉 '커먼즈'를 복원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책의 1부에서 근대적 인식론이 커먼즈를 단순히 공동으로 소유하는 '자원'으로 축소해버린 현실을 비판적으로 조망합니다. 저자는 커먼즈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을 어떻게 나눌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관계이자 활동(커머닝)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경제학의 '자원 배분' 논의를 넘어서, 정치·윤리적 질문, 즉 '누가 결정하고 누가 배제되는가'로 곧장 나아가며, 인간들이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임을 선언합니다.
책은 2부에서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커먼즈를 어떻게 해체해왔는지 추적합니다.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과 마녀사냥 등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생산 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임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자본주의는 단 4초에 불과한 시간을 차지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너무나 파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하며,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의 유일하거나 영원한 해답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자본주의는 우리를 커먼즈로부터 분리시키고, 결국 자신의 몸과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임노동의 세계로 내몰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임노동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커먼즈'의 복원이 시급함을 역설합니다. 핵가족과 '각자도생'의 한계를 넘어, 타자와의 연결과 돌봄을 통해 삶의 기반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사회적 살림살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은 많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책의 3부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커먼즈 운동 사례들을 소개하며 '새로운 관계와 삶'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970년대 서울의 도시 빈민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했던 '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시민들이 모여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를 선언했던 경의선공유지 사례는, 커먼즈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곁의 생생한 현실임을 입증합니다.
저자 역시 '빈집'에서 경험한 새로운 삶의 방식에 매료되어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불안정한 삶 속에서 생존을 위한 '성공'이 아닌,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희망'이 필요하며, 그것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빈집에서 만들어진 커먼즈 또한 참여자가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이며 이러한 관계에 적극적으로 연루되어 스스로 커머너가 된 사람들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은, 집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환대와 공유의 공간으로 바꾸는 실천이 곧 삶의 주권을 되찾는 커먼즈 운동임을 시사합니다.
저자는 커먼즈 실현의 어려움을 '의지 부족'이 아닌, '내 것/네 것'으로 세계를 자동 분류하는 근대적 언어와 습관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이론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의 감각을 교정하고 '커머닝'이라는 실천적 민주주의를 체득하게 하는 일종의 '감각 교정서' 역할을 합니다.
주요 내용 요약
관계로서의 커먼즈: 공동 소유 '자원'이 아닌, 분배 방식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관계'이자 '활동(커머닝)'.
자본주의의 짧고 파멸적인 역사: 인류 역사의 24시간 중 단 '4초'에 불과한 특수 체제이며,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인간을 커먼즈로부터 분리시킴.
임노동으로부터의 탈피: 생존을 위해 노동력을 상품화해야 하는 자본주의 체제 외부에서 삶을 꾸리는 운동.
사회적 재생산의 회복: 핵가족과 각자도생을 넘어, 타자와의 연결과 돌봄을 통한 '사회적 살림살이' 강조.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통념을 넘어, 공동 관리의 실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공유는 망한다'는 단순한 경제학적 통념을 해체하고, 제도·관계·돌봄의 정교한 설계라는 질문으로 독서를 이끌어갑니다. 특히 디지털 정보와 도시 공간 등 현대적 삶의 영역에서 주권을 탈환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커먼즈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삶의 주권(자율성)과 상호의존의 기술임을 명확히 합니다.
한디디 작가는 "커먼즈는 무언가를 어떻게 나눌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것, 혹은 그러한 관계 자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커먼즈 논의가 인간들의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관계 맺기 방식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커머닝은 본질적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집단적 경험이자 공존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라는 언급은, 커먼즈가 구체적인 현장에서 타인과 함께 일하고 나누는 법을 배우는 실천적 민주주의임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커먼즈, 공유, 협동, 돌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 의미와 정치성을 명확히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됩니다. 주거, 노동, 돌봄, 지역 및 도시 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참여하고 있는 독자, 특히 청년,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또한, '국가 대 시장'의 이분법을 넘어선 제3의 실천, 즉 자율적 공통하기를 모색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각자도생'이라는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 '다른 삶도 가능하다'는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훼손한 공동체와 인간의 존엄성을 '커먼즈'라는 렌즈로 재조명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행하는 사소한 돌봄과 나눔이 사실은 거대한 사회 전환의 씨앗임을 깨닫게 합니다. 한국의 구체적인 사례들은 커먼즈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우리 곁의 현실임을 입증하며, 독자들이 '나도 내 자리에서 커머닝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상상력을 얻도록 돕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jinzao77@naver.com)
책사인중모(책을사랑하는인천중구모임) 대표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사무국장
한국민들레작은도서관 운영위원장
신포동 주민자치회 마을환경분과위원회 위원
전) 늘편한요양원 관리책임자
전) 송파노인종합복지관 노인돌봄사업 서비스관리자
전) 요한노인복지센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