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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제신문

[서평] 《죽은 다음》: 죽음의 불평등, 장례 노동의 진실을 파헤치다

진재근 기자 (jinzao77@naver.com)


[서평] 《죽은 다음》: 죽음의 불평등, 장례 노동의 진실을 파헤치다

진재근 기자 (jinzao77@naver.com)




최초 작성일 : 2025-11-24 | 수정일 : 2026-01-12 | 조회수 : 1011


[서평] 《죽은 다음》: 죽음의 불평등, 장례 노동의 진실을 파헤치다
핵심 요약
희정 작가의 르포르타주 《죽은 다음》은 죽음과 장례 노동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우리 사회의 죽음 불평등과 애도 문제를 조명합니다. 책은 장례의 산업화, 장례 노동자들의 헌신, 그리고 혈연 중심 제도에서 소외된 죽음의 가능성을 다룹니다. 궁극적으로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스스로를 '기록노동자'라 칭하는 희정 작가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직접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장에 뛰어들어, 한국 사회의 죽음과 애도를 둘러싼 복잡한 지형을 파헤친 르포르타주 《죽은 다음》(한겨레출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장례 절차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죽음이 어떻게 삶의 불평등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장례라는 행위가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지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죽음 앞의 불평등, 장례 산업의 현주소를 묻다

《죽은 다음》은 '죽으면 다 똑같다'는 흔한 말 뒤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불평등이 은폐되어 있는지를 냉철하게 드러냅니다. 책은 장례가 이미 경제력과 가족 구성 여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오늘날 장례 풍토가 장례식장이 주도하는 '시장화'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독자는 '엔딩 플래너'가 제시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 역할만을 부여받으며, 자신의 생애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작가는 꼬집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죽음을 앞둔 개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며, 죽음마저도 계급화되는 사회적 단면을 보여줍니다.

💡 용어 설명: 르포르타주(Reportage)란?
르포르타주는 특정 사건이나 현장을 직접 취재하여 보고하는 기사 형식입니다. 작가가 직접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생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며, 독자에게 현장감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죽은 다음》은 장례 현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노동과 문화를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상업화된 장례 시스템은 현대인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정해진 틀 안에서 최소한의 절차를 밟는 데 급급하게 됩니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죽음의 상품화'라 명명하며, 개인이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자본 논리에 의해 희석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가려진 장례 노동의 진심과 헌신 조명

책은 장례업계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이들의 노동과 헌신에 주목합니다. 염습실에서 고인을 직접 마주하며, 시신 복원사, 염습자, 의전관리사, 수의 제작자, 상조회사 직원,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장례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 의식과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이들은 고인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해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사고로 훼손된 시신을 복원하며, 유족의 슬픔을 헤아려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희정 작가는 "장례 노동자들은 죽음을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만드는 노동을 한다"고 강조하며, 이들의 헌신과 직업 윤리에 깊은 애정과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이들의 노동은 단순한 기술적 행위를 넘어, 고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돌봄 노동'의 영역에 속합니다. 특히 숙련된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장례업계의 특성은, 돌봄 노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저평가되고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작가는 이러한 장례 노동자들의 진심과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함으로써, 장례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걷어내고 그들의 노고를 재조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장례 서비스의 질적 문제를 넘어,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노력에 대한 재평가를 촉구합니다.

다양한 삶, 그에 맞는 애도의 가능성을 모색하다

《죽은 다음》은 현행 장사법 및 의료법이 혈연 중심의 '정상 가족' 모델에 기반하고 있어, 1인 가구, 비혼 가구, 퀴어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이나 관계를 포괄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러한 제도의 사각지대는 결국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작가는 분석합니다.

⚠️ 우리 사회의 죽음 불평등,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현행 법규 및 제도는 여전히 혈연 중심의 가족 구조를 기본으로 합니다. 이는 1인 가구, 비혼 가구, 동거인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큰 제약이 됩니다. 무연고 사망자 증가, 상조 서비스의 사각지대 발생 등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다양한 가족 형태와 관계를 포괄하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며,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맞춤형 애도' 문화 확산이 필요합니다.

이에 맞서 작가는 '나답게 죽고 나답게 기억되는' 장례를 희망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냅니다.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싶다는 바람, 반려동물의 양육비를 남기고자 하는 유언 등, 개인의 삶의 방식을 반영한 장례 의례를 제시합니다. 또한, 생전 장례식, 공영 장례, 장례협동조합 등 기존의 전통과 규범에 균열을 내는 대안적 시도들을 소개하며, 이러한 시도들이 어떻게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높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는 죽음을 통해 삶의 방식을 재정의하고, 진정한 자신만의 애도를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죽음을 통찰하며 삶의 의미를 묻다

《죽은 다음》은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현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시급하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죽음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막연했던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결국 '어떻게 잘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죽음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오늘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책의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 작가는 "죽음을 이야기할 때조차 삶 쪽에, 사람 곁에 머무는 따뜻하고 단단한 기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책은 장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작가의 절제된 문체와 진솔한 기록 덕분에 술술 읽힌다는 평을 받습니다. 작가는 타인의 죽음을 '관음'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장례 노동자들의 존엄성과 진심을 감정의 과잉 없이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이는 장례업에 대한 비판으로만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이나 편견을 심어주기보다는, 죽음과 삶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죽은 다음》은 죽음의 불평등을 통해 삶의 불평등을 탐색하고,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에게 '산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어두우면서도 밝은 책의 표지처럼, 이 책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를 탐색하는 따뜻하고 단단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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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근 기자

(jinzao77@naver.com)

책사인중모(책을사랑하는인천중구모임) 대표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사무국장

한국민들레작은도서관 운영위원장

신포동 주민자치회 마을환경분과위원회 위원

전) 늘편한요양원 관리책임자

전) 송파노인종합복지관 노인돌봄사업 서비스관리자

전) 요한노인복지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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