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AI 반도체(GPU)와 컴퓨팅 파워를 금융 자산화하는 'AI의 금융화(Financialisation)'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GPU 담보부 채권, 컴퓨팅 파워 경매 시장, 칩 가격 추종 지수 등 다양한 금융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GPU의 빠른 감가상각과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제약이 시장 정착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AI 기술 발전의 핵심 동력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컴퓨팅 파워가 이제 새로운 금융 상품의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에서는 AI 하드웨어 자산을 구조화하고 이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며 자금을 조달하려는 'AI의 금융화(Financialisation)'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IT 업계의 막대한 자본 지출과 맞물려 금융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기술 발전 속도로 인한 불확실성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AI 시대, 금융화의 새로운 대상 ‘GPU’ 🚀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5대 빅테크 기업의 자본 지출(CAPEX)이 약 1,140조 원에 달해 석유·가스 업계의 투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하드웨어 자산을 이제 월가가 금융 상품으로 구조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GPU는 일부 대출의 담보로 활용되고는 있지만, 석유나 농산물처럼 선물·옵션 등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헤지(회피)할 수 있는 파생상품 시장은 부재한 상황입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컴퓨팅 파워’ 금융 자산화 나서
이러한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컴퓨팅 파워(연산력)’ 자체를 금융 자산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원크로노스(OneChronos)는 202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밀그럼이 설립한 옥셔노믹스(Auctionomics)와 협력하여 오는 6월 '컴퓨팅 파워 경매 시장'을 출범할 예정입니다. 이 시장에서는 특정 시간 동안 특정 GPU 클러스터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즉 컴퓨팅 파워의 거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오른(Ornn)은 엔비디아(Nvidia)의 H100과 같은 주요 AI 칩의 가격을 추종하는 지수(인덱스)를 이미 출시했습니다. 더 나아가 향후 칩 가격의 급격한 하락에 투자하거나 이를 방어할 수 있는 '풋옵션' 상품까지 판매할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AI 금융화’의 밝은 전망과 잠재적 리스크 ⚠️
이러한 'AI 금융화'는 AI 산업 발전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GPU 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들은 고가의 AI 하드웨어가 빠르게 구형이 될 위험을 금융적으로 헤지하고, 핵심 비즈니스인 AI 모델 개발 및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스타트업들은 보유한 AI 칩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여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하지만 'AI 금융화' 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명확합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로 인한 GPU의 빠른 감가상각(Depreciation)입니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4년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기록할 감가상각 규모가 무려 6,8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칩과 10년 전 모델을 비교하는 것은 초음속 제트기와 마차를 비교하는 격"이라며, "기술 진보를 예측하기 어렵기에 담보 가치 산정이 매우 어렵고 이는 채권 매입자에게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데이터센터는 위치에 따른 물리적 제약이 있어 석유와 같이 지역 간 차익 거래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AI 시대의 금융화는 기술 혁신과 금융 시장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금융 시장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금융 상품 개발과 더불어, 기술 변화에 따른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