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이호 교수의 신간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30여 년간 4천여 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과 삶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책은 억울한 죽음의 진실 규명, 대형 참사를 통한 삶의 가치 재발견,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적 관점에서의 죽음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잘 살기 위해 죽음을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와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30여 년간 4천여 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하며 ‘죽음’이라는 극한의 현장을 묵묵히 기록해 온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삶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하는 첫 책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웅진지식하우스)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을 분석하는 전문 서적이 아닌,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인문학적 성찰의 기록입니다. 법의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넘어선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는 독자들에게 삶의 소중함과 살아갈 용기를 선사합니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다
이호 교수는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에서 죽음을 ‘삶의 연장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4천여 구의 시신을 부검하며 마주한 다양한 죽음의 이야기는 단순히 비극적인 사건들의 나열에 그치지 않습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이들의 진실을 밝히는 법의학자의 역할부터 시작하여,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참사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을 되짚으며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이 가치 있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적, 공동체적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며 연대와 사랑, 그리고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대해 논합니다.
망자의 마지막 대변인, 진실을 밝히는 법의학자
저자는 자신을 ‘망자의 변호사’이자 ‘말 없는 시신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직업’을 가진 법의학자라고 소개합니다. 부검실에서 마주하는 차가운 시신들은 억울함, 슬픔, 분노 등 다양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으며, 법의학자는 이들의 마지막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진실을 규명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학대당한 아이들, 의료 과실로 사망한 여고생, 살인 사건의 피해자 등 억울하고 서러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교훈과 함께 정의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이 인용문은 단순한 생물학적 죽음을 넘어, 기억 속에서의 소멸이야말로 진정한 죽음이라는 ‘기억의 윤리’를 시사합니다. 유족들이 희생자의 죽음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그가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스템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의 중요성
저자는 반복되는 사고와 비극이 개인의 잘못보다는 사회 구조의 결함과 안전망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처벌 강화보다는 원인 분석과 시스템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가장 먼저 본 사람’이라는 우화를 통해, 문제를 인식했을 때의 즉각적인 행동과 사회적 책임, 연대의 실천이 능력이나 여유보다 앞서야 함을 역설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이는 인간의 실수를 본성으로 인정하고, 처벌 위주의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회는 개인을 처벌하는 대신, 실수를 인정하고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시스템 개선을 통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문학적 통찰로 풀어낸 죽음과 삶의 이야기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법의학자의 전문적인 경험과 함께 몽테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카뮈 등 철학자와 문학 작품, 그리스 신화까지 넘나드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어우러져 깊이 있는 인문학적 성찰을 제공합니다.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현장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침울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따뜻하며 명료합니다. 저자는 죽음의 부조리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불운한 사고나 질병을 겪은 이들에게 '왜'라는 질문에 매몰되지 말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집중하라는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이호 교수는 전북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로, 30여 년간 약 4천여 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해왔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법의학 자문, tvN <알쓸인잡>, <유퀴즈>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익숙한 인물입니다. 1998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법의학자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적 참사 현장에서 수습 작업을 지원했습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약촌오거리 사건' 등 재심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들의 누명을 벗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그의 첫 번째 책으로, 김상욱 교수, 이소영 교수, 도준우 PD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특히 저자가 망자를 대신해 억울함을 밝혀주는 ‘마지막 대변인’의 역할을 수행하며, 유가족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모습은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을 배운다는 것이 결국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는 가슴 깊이 와닿습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희망
이 책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 삶에 지치고 길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 및 의료 종사자, 노년의 독자,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죽음을 통해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살아갈 의미를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법의학자의 직업 윤리와 소명을 통해 생명 존중의 마음을 배우고, 환자와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성찰할 수 있습니다. '웰다잉(Well-dying)'의 의미를 생각하고 평온하게 죽을 권리와 준비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얻으며, 개인의 책임 이면에 숨겨진 사회 구조적 문제와 안전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연대 의식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길임을 깨닫게 합니다. 30년간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도,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지혜를 전합니다. 대형 참사 현장에서의 헌신은 사회 안전 시스템의 문제점과 공동체적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풍부한 인문학적 통찰은 딱딱할 수 있는 법의학 이야기를 감동적인 서사로 만들며, 저자의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선사합니다. 결국 이 책은 삶의 유한함을 인지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 순간 살아 숨 쉬는 모든 당신이 기적이다"라는 메시지로 깊은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