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025년 5월 16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최고경영자들과 각각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번 면담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으며,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한미 간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HD현대중공업의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그리어 대표와의 면담에서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 대한 협력 의지를 표명하며, 선박 건조 협력, 공동 기술 개발, 기술 인력 양성 등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체결한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언급하며,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의 김희철 대표이사도 그리어 대표와의 면담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하여 성공적으로 인도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내 생산 기반 확장과 기술 이전을 통해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면담은 같은 날 열리는 한미 고위급 통상 실무협의에서 한국 조선업이 관세 협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본격화되었으며, 미국 조선업 재건과 중국 해상 패권 견제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편, 미국 해군성의 존 펠란 장관은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하여 양사의 조선 기술력을 확인하고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펠란 장관은 미국 해군이 한국과의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협력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 해설:
USTR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미국 무역대표부로, 미국의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연방 정부 기관이다.
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선박이나 항공기 등의 유지·보수·정비를 의미하며, 조선업에서는 함정의 정비 및 수리 업무를 포함한다.
헌팅턴 잉걸스 (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미국 최대의 방산 조선사로, 군함 건조 및 관련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