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주요 석유 기업에 제재를 가하면서 급등했던 뉴욕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나흘 만에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12월 인도분 WTI는 전장 대비 0.47% 하락한 배럴당 61.50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번 주 전체로는 7.61% 상승하며 시장의 공급 우려를 반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재의 여파가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현재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의 퍼미안 분지 유전에서 시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 유가가 나흘 만에 하락 마감하며 단기적인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의 주요 석유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이후 급등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소폭 조정을 받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제재 여파 속 유가 조정세
24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29달러, 0.47% 하락한 배럴당 61.5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1.29%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단기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인해 하락세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번 주 들어 WTI 선물 가격은 7.61%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난 6월 13일로 마감된 주간 이후 가장 큰 폭의 주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전날 러시아의 주요 석유 기업인 로스네프트 오일 컴퍼니와 루코일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한 데 따른 충격이 시장에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러시아의 두 주요 석유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인해 석유 시장에서 대체 유종을 찾으려는 수요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급망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 제재 영향 '미미' 강조하며 외교적 노력 병행
러시아 측은 이번 미국의 제재가 자국 석유 기업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제재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외교 채널을 유지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가 제재에 대한 대응 수위를 조절하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공급 과잉 우려 해소와 백워데이션 전환
필 플린 수석 분석가는 현재 원유 재고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시장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번 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원유 재고 수치를 보면, 여전히 공급 과잉의 명확한 증거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최근 국제 유가가 겪어온 하방 압력이 주로 공급 과잉 우려에 기인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국제 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기조와 이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WTI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6개월 스프레드가 백워데이션 상태로 돌아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백워데이션은 선물 시장에서 미래의 인도분 계약 가격이 현재의 인도분 계약 가격보다 낮은 시장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공급 부족 전망이 강하거나, 단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됩니다.
불과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WTI 선물과 현물 가격 스프레드는 콘탱고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콘탱고는 현물 가격보다 선물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상황으로, 당시에는 주요 산유국의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재고 증가, 원유 저장 비용의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WTI 가격이 백워데이션으로 전환된 것은 시장의 심리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에서 공급 부족 가능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예상치 못한 공급 차질 가능성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러시아발 공급 불안 심리가 지속될 경우 WTI 가격은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OPEC+의 시장 개입 여부 등도 유가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또한, 러시아의 제재 관련 추가적인 소식이 나올 경우 시장은 다시 한번 출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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