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

지난 14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79달러(1.33%) 하락한 배럴당 58.7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WTI 가격은 한때 3%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장중 위험 선호 심리가 일부 회복되면서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습니다.

이러한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최근 다시 고개를 든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지목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화적인 제스처로 잠시 완화되는 듯했던 양국 간 긴장감은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무역법 301조가 중국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한화그룹의 조선·해운 계열사인 미국 법인 5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다시금 고조되는 양상입니다.

미중 간의 무역 마찰은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를 증폭시키며, 이는 곧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IEA, 내년 공급 과잉 전망 상향…시장 불안 가중

유가 약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공급 과잉 전망입니다. 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하루 약 400만 배럴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전망치(하루 330만 배럴)에서 크게 상향된 수치로, 글로벌 원유 수요의 약 4%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입니다.

IEA는 보고서에서 "원유 소비는 2025년 남은 기간과 2026년에 걸쳐 저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두 해 모두 연간 하루 약 70만 배럴의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는 역사적 추세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전망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려 석유 수요 회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강화하며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 5월 이후 최저치 기록…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

이번 WTI 가격의 하락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초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최근 유가 상승세를 이끌었던 낙관론에 제동이 걸렸음을 시사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의 추가적인 제재 조치 발표와 IEA의 부정적인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과잉이라는 두 가지 거시적 요인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유가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 발표, 주요 산유국들의 에너지 정책 변화, 그리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 등이 유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비즈니스맨들은 이러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원자재 비용, 물류비, 그리고 전반적인 기업 경영 환경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