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셀 코리아'에 나서며 8거래일간 5.6조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이 자금은 증시 이탈 없이 투자자 예탁금으로 쌓이고 있으며, 개인들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를 대거 사들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지수 상승에 베팅하며 개인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뜨거운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행보는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과거 유례없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지수를 밀어 올렸던 '동학개미 운동' 시절과는 달리,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잔칫상에 참여하기보다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매도 자금을 증시에서 빼지 않고 예탁금으로 쌓아두는 한편,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인버스 2X)' 상품을 대거 사들이며 향후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개인 투자자는 '팔자' 행진 지속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는 3,344.20으로 마감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2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결과로, 20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총 8거래일 동안 개인의 순매도 금액은 5조 6,782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이 2조 8,886억 원, 기관이 1조 8,520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 총 순매도액: 5조 6,782억 원
- 외국인 순매수액: 2조 8,886억 원
- 기관 순매수액: 1조 8,520억 원
2021년 초 '동학개미'와는 다른 양상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행보는 '동학개미 운동'이 한창이던 2021년 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당시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고 3,200선까지 치솟던 시기에 개인은 지수 상승의 주체였습니다. 2021년 1월 한 달에만 22조 5천억 원을 순매수했으며, 특히 1월 11일 하루에는 4조 5천억 원에 육박하는 물량을 사들이며 증시를 견인했습니다. '더 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너도나도 추격 매수에 나섰던 과거와 달리,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지수 상승을 경계하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들의 이러한 대규모 '셀 코리아' 움직임이 증시 자금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0일 기준 70조 5,906억 원으로, 개인의 순매도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66조 2,992억 원)보다 4조 3천억 원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는 2021년 1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74조 4천억 원)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 vs 상승에 올라탄 외국인…'동상이몽'
개인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는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2배의 수익을 얻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총 3,251억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반면, 지수 상승에 2배로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는 2,674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 종목 1순위에 올렸습니다. 이는 개인들이 하락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KODEX 레버리지'를 301억 원 순매수하며 추가적인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곱버스' 상품은 301억 원어치 팔아치우며 시장 하락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구분 | KODEX 200선물인버스2X (곱버스) | KODEX 레버리지 |
---|---|---|
개인 순매수/순매도 | 순매수 3,251억 원 | 순매도 2,674억 원 |
외국인 순매수/순매도 | 순매도 301억 원 | 순매수 301억 원 |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상승세 전망
증권가에서는 현재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감으로 인한 일시적인 변동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시장 방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점진적인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수를 지지할 것"이라며 "시장을 주도할 설비투자(CAPEX) 테마 속에서 기존 주도주인 조선·방산 외에 인공지능(AI) 관련 소재·부품·장비, 전력기기 등 인프라 관련주로 관심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망세와 하락 베팅 강화는 단기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정책 및 기업 이익 개선 기대감, 금리 인하 가능성 등 거시 경제 환경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AI, 인프라 관련 신성장 테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