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금 납입 및 삼성전자의 배당금 역송금 등 굵직한 달러 수급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은 뚜렷한 방향성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무역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개별 수급 이벤트가 환율에 일시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추세적인 상승이나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함께 이달 예정된 대규모 달러 매매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일 엔비디아가 네이버에 10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하며 투자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로 인한 엔비디아의 달러 매도 및 원화 환전 수요를 예상하고 있으나, 환율에 강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국계은행의 베테랑 외환딜러는 “엔비디아의 10억달러 환전은 환율에 영향을 주더라도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규모는 아니다”라며 “대략 3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투자금 납입 및 삼성전자 배당금 역송금 등 대규모 수급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무역흑자로 인해 달러-원 환율의 뚜렷한 방향성 형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이벤트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며, 연말까지 1,330원대 회귀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달 말에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현금배당 지급에 따른 외국인 역송금 수요도 대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며,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금 중 일부가 달러로 환전되어 해외로 송금될 경우 달러-원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배당금의 절반가량이 역송금된다는 가정하에 삼성전자 관련 잠재적인 달러 매수 수요를 약 55억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실제 환전 규모와 시점은 투자자의 재투자 여부 및 환헤지 전략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대규모 무역흑자와 비교하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25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400억달러를 웃돌았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무역흑자가 한 달에 400억달러 수준인데, 배당금 역송금으로 최대 200억달러가 나온다고 해도 전체 흐름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무역흑자 규모가 현물환시장의 실제 달러 공급액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수출기업의 환전 시점과 외화 보유, 해외투자 등에 따라 달러 매도 물량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1,320원대에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이후 1,340원대로 반등했으나, 추가 상승에는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지난 2일 달러-원 환율은 1,343.8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1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수급 이벤트를 앞두고도 연말 환율이 다시 1,330원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환율의 위험은 위쪽에 상대적으로 더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위로 올라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다시 1,330원대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최근 주식시장 조정만을 근거로 달러 매수에 나서는 전략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주식은 선행하고 실제 수급은 동행하는 만큼 주가가 무너진다고 곧바로 달러 매수에 나서면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산업의 호황이 시장의 우려보다 더 오래 이어진다면 오히려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시장의 방향성을 섣불리 예단하기보다 박스권 내 단기 매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 딜러는 “올해처럼 큰 폭으로 움직였던 시장에 익숙해진 딜러들도 이제는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큰 방향성을 노리기보다 작은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