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비트코인의 전반적인 가격 변동성은 눈에 띄게 낮아졌지만, 과거와 달리 이례적인 급등락이 발생하는 빈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관 투자자 유입과 시장 성숙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가격 변동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며, 기존의 위험 관리 방식으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코인데스크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은 하루 가격 변동 폭이 최근 변동성의 3배 이상에 달하는 이른바 ‘3시그마(3-sigma)’ 거래일을 10일 기록했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이 연간 73% 폭락했던 2018년 한 해 동안 기록한 8일보다 많은 수치다. 3시그마는 가격 움직임이 통상적인 변동 범위를 표준편차의 3배 이상 벗어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연율화 변동성은 올해 약 46%로, 2018년의 84%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3시그마 거래일의 평균 가격 변동 폭 역시 같은 기간 약 10%에서 7%로 축소되었다. 이는 과거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평소에도 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간헐적으로 큰 폭의 급등락이 나타나는 패턴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기관투자자와 상장지수펀드(ETF)가 늘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평상시 가격 움직임은 안정됐지만, 거시경제와 레버리지, 투자자 포지셔닝에 따른 충격은 사라지지 않았다.” (니콜라 카트라보, 패러다임 EMEA 책임자)
이러한 특징은 다른 자산과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2024년 이후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약 47%로 엔비디아와 유사했으나, 3시그마 거래일은 26일로 엔비디아의 8일을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일, 금은 12일이었다. 시장에서는 파생상품 거래 확대가 이러한 극단적인 가격 변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 수익을 얻는 전략에 몰렸다가, 예상치 못한 거시경제 충격 발생 시 포지션을 급하게 정리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 카트라보 책임자는 기술주로의 자금 이동, 디파이(DeFi) 해킹 사건, 도널드 트럼프 관련 변수, 이란 전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련 이슈 등이 시장 충격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문사 투 프라임의 알렉산더 블룸 CEO는 비트코인 보유자가 콜옵션을 매도해 수익을 얻는 ‘콜 오버라이팅’ 전략에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하게 몰려 있으며, 이는 가격 상승 시 숏스퀴즈를 유발해 상승 폭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상시 변동성은 낮아지면서 극단적인 가격 변동이 지속되는 현상은 기존 위험 관리 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위험 측정 지표인 위험가치(VaR)는 시장이 장기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때 실제보다 위험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VaR는 예상 손실이 특정 기준을 넘어설 경우 손실 규모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까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데리비트의 루크 스트리어스 CEO는 “전통적인 VaR 지표는 꼬리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며, 업계가 기대 손실과 같은 지표로 이동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대손실 지표는 극단적인 손실 발생 시의 평균 손실 규모를 측정한다.
그러나 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은 과거보다 개선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트라보 책임자는 시장 참가자들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위험 관리 수준이 개선되었으며, 기관투자자 자금 증가로 어려운 한 달이 시장 전체의 위기로 번지지 않고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년간의 데이터가 시장이 성숙해져도 극단적인 가격 변동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거시경제 충격이 계속되는 한 이러한 현상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