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제임스 본드는 수십 년간 다양한 배우들에 의해 재해석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티모시 달튼이 연기한 제임스 본드는 특유의 강렬함과 냉혹함으로 많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기존 본드의 화려하고 유쾌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고뇌와 임무에 대한 철저한 집착을 보여주며 007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튼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작품인 '007 리빙 데이라이트'(1987)는 냉전 시대의 긴장감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소련 KGB 장성의 망명을 돕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이 임무는 예상치 못한 암살 위협으로 이어지고, 본드는 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며 무기 밀매상과 부패한 소련 장군이 연루된 거대한 다이아몬드 밀수 및 마약 거래 조직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리빙 데이라이트'에서 달튼은 노련하면서도 때로는 과감한 액션을 선보이며, 냉철한 정보원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달튼의 본드는 이전 배우들이 보여준 유머나 로맨틱함보다는, 임무에 대한 진지함과 캐릭터의 어두운 면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007 시리즈에 신선한 접근이었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후 1989년에 개봉한 '007 살인면허'는 티모시 달튼의 냉혹한 본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에서 본드의 절친한 친구이자 CIA 요원인 펠릭스 라이터가 악명 높은 마약왕 산체스에게 잔혹하게 공격당하고, 그의 아내마저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본드는 극도의 분노와 슬픔에 휩싸여 영국 정보부의 명령을 어기고 '살인면허(007)'를 박탈당하면서까지 개인적인 복수에 나선다. 이는 본드가 감정을 드러내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했다.

'살인면허'는 본드가 규율을 벗어나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그리며, 액션의 강도와 폭력성 면에서도 이전 작품들보다 수위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튼은 이 영화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복수심에 불타는 영웅의 모습을 동시에 그려내며,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했다.

티모시 달튼의 제임스 본드는 짧은 기간 동안 두 편의 영화에 등장했지만, 그의 강렬하고 냉혹한 연기는 007 시리즈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본드라는 캐릭터에 새로운 해석을 더하며, 액션 스타로서뿐만 아니라 복잡한 인간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달튼의 본드는 007 시리즈의 역사에 독특하고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