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대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기업인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들이 AI 개발 속도 조절에 대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마키아벨리’식 동기에 기반한 가식적인 태도로 평가했다. 회사를 키워낸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들의 속내에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D.A. 데이비슨의 테크 업종 애널리스트인 질 루리아는 “두 CEO 모두 회사를 이 정도 규모로 키워낸 매우 능력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동기가 의심스럽다”며 “이는 ‘마키아벨리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 중 누구도 실제 ‘AI 개발 속도를 늦추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모두 ‘다른 모두가 속도를 늦춘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면적 명분 뒤에 철저히 실리적 계산을 숨기는 태도”

‘마키아벨리적’이라는 표현은 이탈리아 정치학자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저서 ‘군주론’에서 유래한 것으로,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시하는 정치적 책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앤트로픽과 오픈AI CEO들의 발언이 실제적인 속도 조절 의도보다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지난 12일 발표한 에세이에서 “지난 몇 달간 위협에 완벽히 대응하기 위해 더 큰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며 “AI 능력 발전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하며 “AI 발전이 인류에게 치명적인 두 가지 길, 즉 AI에 미래 주도권을 빼앗기거나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좁은 중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언은 마이크론, 엔비디아 등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단기적인 하락 압력을 가했다. AI 개발 속도 둔화 가능성은 AI 인프라에 쏟아지는 수십억 달러의 투자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았다. 그는 “앤트로픽은 다음 달 상장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수익성도 뛰어나다. 이들은 개발을 실제로 늦추지 않고 있다”며 “사전 학습 실행을 연기하거나, 모델 학습 방식을 바꾸거나, 제품 출시 일정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가 없다면, 이 발언들은 권력을 공고히 하고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