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충격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월가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이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며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HSBC는 최근 2027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20달러 높인 배럴당 85달러로 제시했다. HSB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이 신속하게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며,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반영해 유가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며,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반영해 유가 전망치를 높였다.” (HSBC)
국제유가는 최근 이란과 미국의 전쟁 장기화 우려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하며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 8월 초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대부분 기간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시장에서는 이란과 미국 간 분쟁이 조기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2027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중동 지역 원유 생산량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중동 지역 분쟁 지속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95~120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며, 에너지 인프라 추가 피해 발생 시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월가의 전망치 대부분이 현재 국제유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시장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유가가 더 이상 비현실적인 위험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러한 고유가 장기화 배경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량이 여전히 정상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또한, 원유 재고 역시 선적 지연이 이어질수록 감소하며 공급 차질을 완충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대체 수송 경로와 우회 운송 등이 일부 공급 불안을 완화하고 있지만, 전 세계 원유 공급을 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높은 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인플레이션 둔화와 함께 경제 성장세 둔화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에게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미국 국채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운용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